2월 9일 일요일 - 고통의 시작
저녁 10시경 배가 갑자기 아파왔다. 저녁에 짜장면을 시켜 먹어서 밀가루를 좀 거하게 먹은 느낌이라 그 여파로 배탈이 난 줄 알았다.
단순히 체한 줄로만 알고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소화제를 먹고 잠에 들었다.
새벽에 배가 아파서 잠을 20번은 넘게 깬 것 같다.
2월 10일 월요일 - 첫 병원 검진
아침에도 배가 여전히 아팠다. "아직 탈이 다 안 나았나?"라는 생각으로 일단 출근 준비를 했다. 집에서 배가 아팠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와서 걸으려니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그래도 씻고 나온 김에 출근해 보자는 생각이 더 강해서 일단 회사로 출근했다. 무사히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내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침보다 배 통증이 더 심해졌다. 얼마 후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회사 근처에 있는 내과로 향했다.
병세에 대해 설명을 하니 누워보라고 하셔서 그 후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의사 선생님 소견으로는 맹장 쪽 문제인지 확인한 결과 초음파로는 이렇다 할 증상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장 쪽이 부었다고 하여 장염 진단을 해주시고 이틀 후에 다시 한번 와보라고 하셨다.
회사로 돌아와서 반차를 쓰고 오전을 버티다가 바로 집으로 복귀했다. 죽을 시켜 먹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잠에 들었다. 잠을 깨니 저녁쯤 되었고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아직 배가 아프긴 했지만 조금은 나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저녁에도 역시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잠들었다. 이 날도 새벽에 무수히 많이 깼다.
2월 11일 화요일 - 응급실
여전히 배가 계속 아팠다. 보통 약을 먹으면 조금씩 나아지기 마련인데 전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어제 남은 죽을 아침으로 간단히 먹고 약을 먹었다. 그러고 오후에 자고 일어났지만 증세는 여전했다. 결국 저녁에 좀 더 큰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배를 눌러보더니 맹장 증상이 확실하다고 하셨다. 오른쪽 아랫배가 멍든 것처럼 특히나 아파했기 때문이다. 맹장 진단 소견서를 받아 근처에 있는 제일 큰 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 시간은 저녁 9시경. 접수를 하는데 안내해 주시는 분 왈, 오전 9시에 오신 분도 아직 대기하고 있다고 하면서 대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라고 당부하셨다. 그러나 어찌하겠나. 갈 곳이 없는데. 일단 알았다고 하고 무한 대기 상태로 들어갔다. 대기 공간이 좁고 답답했다. 의자도 너무 불편했다. 결국 3시간쯤 지나고 다른 큰 병원이 있나 찾아봤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 맘카페 글 왈, 분당서울대병원은 중증 환자 위주라 맹장 같은 건 수술 잘 안 해준다?! 깜짝 놀라서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맹장 수술 안 한다고 한다. 애초에 맹장 진단서를 들고 왔는데 맹장 수술을 안 할 거면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접수처 가서 취소하려고 가서 이런 거에 대해 미리 말 안 해주는 이유를 물으니 어떻게 될지 몰라서 확실하게 안된다고 말하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미리 말을 해주든가.. 아무튼 그래서 12시경 맹장 수술 후기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2월 12일 수요일 - 맹장 터짐
새벽 12시 30분경 서현역에 위치한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곳은 훨씬 한산했다. 빠르게 접수 과정을 거쳐 혈액 검사, CT 검사, 소변 검사, 수액 및 진통제 주사 등 각종 검사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5시간 정도 소요됐다. CT를 찍고 나오니 의사 선생님이 어디서 급하게 오시더니 맹장이 터져서 바로 수술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맹장이 터지면 염증이 퍼져 수술 과정이 어려워지는데 맹장은 소장, 대장과 달라붙어 있어서 내 상태에 따라 소장과 대장을 일부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경우에 수술 시간이 최대 4~5시간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보통 맹장 수술은 1시간) 뭔가 일이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병상 침대에 누워서 정신을 붙들고 수술 시간인 7시까지 2시간 정도 기다렸다. 아침 7시에 되어 휠체어에 실려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 침대에 누워 수술실 안쪽으로 실려갔다. 최근에 중증외상센터 드라마를 봤는데 비슷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튼 마취와 함께 수술이 시작됐고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깨어보니 회복실이었다. 누가 배를 중세시대 칼로 x자로 벤 느낌이었다. 무지 아팠다. 또한 무지 추웠다.
간호사분이 내가 깬 걸 확인하더니 침대 그대로 실어서 입원병동으로 이동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약 8시 40분쯤이었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미리 가족 톡방에 맹장 수술 사실을 알렸었는데 오전 중에 부모님과, 동생이 와주었다. 아직 수술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서 언제부터 아팠는지, 상태는 어떤지, 병원 옮겨 다닌 썰 등을 얘기했다.
2월 12일 수요일 ~ 2월 16일 일요일 - 입원
결과적으로 4박 5일을 입원했다. 입원한 동안 수술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최대한 걸어 다니고(장 유착 방지), 심호흡(무기폐 방지)을 의식적으로 수행했다. 식사는 수술 이틀 후인 금요일 아침에야 할 수 있었는데 밥을 먹지 않은지 70시간 째라 굉장히 몸에 기력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나온 음식은 진짜로 맛이 없었다.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맛이 작정하고 맛없게 연구해서 만든 맛이었다.. 별점을 준다면 5점 만점에 -5점을 주고 싶다.
2월 17일 월요일 현재
오늘도 연차를 쓰고 하루 쉬었다. 이제 내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이제 천천히 걸어 다니는 정도는 괜찮다. 물론 아직은 무리하면 아프고 힘들다. 하.. 출근하기 싫다.. ㅋ
이번에 크다면 큰 수술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인생을 돌이켜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첫번째로 빠른 시일 내에 현재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것이 이직이든 사업이든 백수이든 어쨌든 간에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이를 위해 더 고민하고 발전하며 계속해서 그 실마리를 쥐어 잡아야겠다는 다짐을 강하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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