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소프트가 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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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소프트가 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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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티맥스소프트에서 2차 공개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채용 공고를 보면 제가 막 입사했을 당시가 떠오릅니다.

 

그때만 해도 새출발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던게 기억이 나네요. (입사 일기 보러가기)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쭉쭉 흘러 벌써 4년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정말이지 초반 3년 정도는 다니기에 이만한 회사가 없을 것 같습니다.

 

it 직군에서는 적당한 네임밸류, 중견 기업, 높은 초봉, 적당한 복지, 자유로운 근무 환경, 좋은 동료들 ... 등 괜찮은 회사의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인 신입이라면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정말 괜찮은 발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입니다.

 

이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을 한 지금의 저는 이 회사가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이 회사는 중간급의 시니어가 거의 전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대부분의 3~7년차는 도망친다는 소리 입니다.
어떤 회사를 봤을 때 중간 연차가 얼마나 만족하면서 다니는지를 보면 그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거의 전멸 입니다.
 
제가 아직 만 3년도 채 다니지 않았는데 저희 팀에서 제 위로 7명이 있었으나 그 중 4명이 퇴사 했습니다.

 

아까는 다니기 좋은 회사라고 했는데 왜 다들 퇴사를 하느냐?

 

그건 '신입' 한정 입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슬슬 결정을 해야할 때가 옵니다.

 

특출난 면모를 보이며 핵심 인력으로 거듭나거나, 그냥 저냥 커리어 포기하며 다니거나, 이직하거나 셋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원인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참고 정도만 해주세요.

 

 

티맥스소프트가 망하는 이유


'협력'이 잘 되지 않습니다.

- '협력'이 잘 되지 않습니다. 같은 팀원이어도 누가 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랑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신 분은 같은 팀의 팀장님과 한 달 만에 말 한 마디 해본 게 전부일 정도 입니다. 그 마저도 있는줄도 몰랐다는 듯이 이름도 잘 몰랐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본인 일 이외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적으로도 공유가 잘 안됩니다. 사실 회사 특성상 사무실이 1인실, 2인실로 나뉘어져 있어서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를 예를 들면, 여러 제품들을 통합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윗 선에서 관련 파트를 모아 회의를 하든, 일정을 잡든, 설계를 하든 해야 하는데 아무도 잘 나서서 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회의를 하더라도 누구 하나 확실히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없어서 항상 회의는 하지만 목표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으며 결국 아무런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 한 채 회의가 끝납니다. 자기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며 심지어 일을 시키는 윗 사람들도 제대로 모릅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 다릅니다. 아무도 실체를 알 수가 없는 프로젝트.. 회사에 전문 기획자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파트장급, 실장급이 '가위바위보'로 정해집니다. 

- 파트장급, 실장급이 '가위바위보'로 정해집니다. 파트는 저희 회사에서 가장 작은 단위의 한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파트장을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정해지게 되거나 정말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저연차가 파트장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저희 파트는 현재 파트장이 없어서 팀장님이 파트장도 겸하고 계시지만 다른 일로 바빠서 그런지 인력 관리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따로 놀거나 붕 떠 있으며 프로젝트 진행이 전혀 안됩니다. 회사 소식 전달도 잘 안 됩니다. 하물며 파트간의 소통은 당연히 없습니다. 매니징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0점인 회사 입니다.

 

일만 벌리고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 티맥스소프트는 22년도에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 됐습니다. 즉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을 되팔아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인력 충원에 굉장히 소극적입니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면 투자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을 계속해서 벌립니다. 저희 팀 또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를 포함한 2명을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 했습니다. 기존 인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프로젝트는 늘어나고 있어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갈려 나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또한 제대로 완성되는 게 없습니다.

 

제품 기획에 '근본'이 없습니다.

- 제품 기획에 '근본'이 없습니다. 기획이 시도때도 없이 바뀝니다. 언제 또 뒤엎을지 두렵습니다. 제가 맡은 프로젝트만 벌써 3번째 뒤엎고 다시 만들고 있는데 여전히 컨셉이 무엇인지 미궁 속에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 전문적인 기획자가 없습니다. 전문적인 기획자가 정말 필요한데 왜 투자를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이렇게 어영부영 제대로 된 기획과 설계 없이 간다면 영원히 완성된 제품은 못 볼 것 같습니다.

 

평가에 '기준'이 없습니다.

- 평가에 '기준'이 없습니다. 누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누가 봐도 열심히 일했고 실제로 성과를 내신 분의 평가가 0점인 경우를 봤습니다. 원래 평가 공개는 하면 안되지만 얼굴에 너무 티가 나서 말 안해도 제가 알게 됐습니다. 너무 말이 안돼서 이의제기를 하셔서 평가가 결국 올라가셨긴 했지만 이미 그 분은 배신감에 마음이 돌아서서 이직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1년간의 평가를 너무 우습게 아는 것 같고 평가 기준 자체가 없다고 판단이 섭니다."

 

만약 회사에서 월급을 주지 않으면 아무도 다니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해도 평가에 기준이 없어서 그 누가됐든 동일한 성과급을 받거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라면 열심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다면 열심히 하는 분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처럼 모두 이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과급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성과급의 비율이 상위 25%, 하위10% 빼고 나머지 65%가 동일한 성과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애매한 사람들은 다 나가거나 열심히 안하고 눌러 앉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똑같은 성과를 받기 때문이죠. 신입일 땐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웬만한 연차 쌓인 사람들과 동일한 성과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연차가 쌓이게 되면 느끼게 됩니다. 점점 일의 난이도, 책임감, 할 일은 많아지는데 그 성과가 인정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상위 25%에 들기 위해서는 본인이 파트장급이거나 좀 특출난 에이스여야 합니다. 중간 연차는 참 애매한 회사 입니다. 저도 실제로 새 프로젝트를 맡으면 성과를 좋게 준다는 말을 듣고 새 프로젝트의 프론트엔드 부분을 리딩하며 일정을 지켜가며 잘 마무리 했지만 결국 상위 25%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비율상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 순간 열심히 할 이유, 열정, 의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한 번은 너무 궁금해서 평가를 매기는 팀장님에게 평가 기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파트 단위로 쪼개 일정 비율로 등급을 매긴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을 기준으로 좋은 등급을 준다."라고 하더군요 

들어보니 실제로 1년간의 '성과'라기 보다는 회사에 오래 몸담고 있거나 꼭 필요한 것 같은 사람이 성과를 잘 받는 것 같습니다.

결국 수치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정확한 평가 기준은 없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에 대한 팀장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해집니다.

 

무언가를 '개선'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  무언가를 '개선'하기가 참 힘든 환경입니다. 그 원인은 '책임감'만 부여하는 회사에 있습니다. 저도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맡은일에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돌아오는 건 책임감 뿐이었습니다. 현 상황들을 개선하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나서서 총대를 메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으면 회사 차원에서 서포트 해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본래의 일을 소홀히 한다며 평가를 깎아 내립니다. 심지어 위에서 언급했던 평가를 후려치기 당한 분의 경우에도 남의 업무인 A라는 제품을 서포트 해주다가 평가 면담에서 그 일을 핑계 삼아 "왜 A 제품 제대로 만들지 못했느냐" 소리 들으면서 평가가 0이 된 경우 입니다. 이러니 누가 자기 업무 이외에 일을 벌이려고 하겠나요? 온전히 책임감만 부여하는 회사입니다.
 

실상은 'SI'인 회사 입니다.

- 실상은 'SI'인 회사 입니다. 이 회사는 자사 sw를 만들어 판매하는 솔루션 회사 입니다. 주로 금융, 공공, 일반 기업 등에 납품을 해서 대부분은 그 유지보수 하는 비용으로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사 sw가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에게 갑질을 심하게 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사에게 어느정도 맞춰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제품이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각 고객사별로 커스터마이징을 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제품에 기업별로 버전만 몇 개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버전 관리가 까다로움을 넘어서서 기억이 안납니다. fix0, fix1 , fix2 ...  분명히 동일한 제품인데 화면이 다 다릅니다. 그나마 개발자는 양반입니다. 기술지원쪽은 고객사 파견나가서 욕도 먹고 이슈 해결하느라 진땀 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건 회사가 좀 강경하게 대응해야할 것 같은데 대형 고객사를 놓칠까 봐 자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배울만한 '시니어'가 없습니다.

- 배울만한 '시니어'가 없습니다. 뭐 이건 길게 말 안해도 위 글을 읽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이미 중간 연차가 다 run을 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run 할 예정이기 때문에 배울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각자도생 중입니다. 알아서 배울 거 배우고 각자가 똑똑하고 알차게 쏙쏙 챙겨서 나가야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배울 점이 있는 분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론 부족합니다.

 

 


한 줄 요약

 

일부 고인물들이 물갈이 되지 않는 이상 이 회사에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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